다락방 노트
attic notes

다락방 노트

오래된 다락방의 심리테스트

스트레스와 회복

갈등 앞에서 사람은 다섯 가지로 갈린다

다툼이 생겼을 때 밀어붙이는 사람, 피하는 사람, 맞춰 주는 사람. 토머스-킬먼 모델로 보는 다섯 가지 갈등 대응 스타일.

갈등은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부입니다. 정작 관계를 좌우하는 것은 갈등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똑같은 다툼 앞에서도 사람마다 반응이 꽤 다른데, 이를 정리한 대표적 틀이 토머스-킬먼 갈등 모델(Thomas-Kilmann) 입니다.

두 개의 축, 다섯 가지 스타일

이 모델은 갈등 대응을 자기 주장(내 입장을 관철하려는 정도)협력(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정도) 이라는 두 축으로 봅니다. 그 조합으로 다섯 가지 스타일이 나옵니다.

1. 경쟁형 (Competing)

주장은 강하고 협력은 약합니다. 내 입장을 관철하는 데 집중합니다. 빠른 결정이 필요한 위기에서 강점이 되지만, 자주 쓰면 관계가 상합니다.

2. 회피형 (Avoiding)

주장도 협력도 약합니다. 갈등 자체를 피하고 미룹니다. 사소한 일이나 감정이 격할 때 잠시 물러서는 용도로는 유효하지만, 중요한 문제까지 덮으면 곪습니다.

3. 순응형 (Accommodating)

협력은 강하고 주장은 약합니다. 상대에게 맞춰 줍니다. 관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자기 욕구를 계속 미루면 억울함이 쌓입니다.

4. 타협형 (Compromising)

중간 지점입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빠르게 합의합니다. 실용적이지만, 양쪽 다 완전히 만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5. 협력형 (Collaborating)

주장과 협력이 모두 강합니다. 시간이 들더라도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을 찾습니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에너지와 신뢰가 필요합니다.

두 개의 축으로 보기

이 분류는 1970년대에 케네스 토머스(Kenneth Thomas)랄프 킬만(Ralph Kilmann) 이 정리한 틀에서 왔습니다. 다섯 가지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축을 조합한 결과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가로축은 주장성 — 내 욕구를 얼마나 관철하려 하는가. 세로축은 협력성 — 상대의 욕구를 얼마나 고려하는가. 경쟁형은 주장만 높고, 순응형은 협력만 높으며, 회피형은 둘 다 낮고, 협력형은 둘 다 높습니다. 타협형은 가운데에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자기 스타일을 바꾸는 방법도 분명해집니다. 순응형인 사람이 협력형으로 옮겨 가려면 협력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성을 올려야 합니다. 회피형이라면 두 축을 다 조금씩 올려야 합니다.

커플에서 자주 나타나는 조합

갈등 스타일은 혼자 작동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패턴이 있습니다.

  • 경쟁형 × 순응형 — 겉으로는 갈등이 적어 보입니다. 한쪽이 늘 물러서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순응한 쪽에 억울함이 조용히 쌓이다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관계 자체에 대한 회의로 터진다는 점입니다.
  • 회피형 × 회피형 — 싸우지 않는 관계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다뤄지지 않은 문제가 쌓여 서서히 거리가 벌어집니다.
  • 경쟁형 × 경쟁형 — 갈등은 잦지만 문제는 테이블 위에 올라옵니다. 서로 존중이 유지된다면 의외로 오래 갑니다.
  • 추격 × 후퇴 — 한쪽이 지금 이야기하자고 밀어붙이고 다른 쪽이 물러서는 구조입니다. 관계 연구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악순환이고, 각자 상대 때문이라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반응이 서로를 강화합니다.

스타일보다 중요한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관계 연구자 존 가트먼(John Gottman) 은 갈등의 유무보다 갈등 중에 무엇을 하느냐가 관계의 방향을 가른다고 보았습니다. 그가 특히 위험하다고 지목한 네 가지가 있습니다.

비난 — 행동이 아니라 사람을 문제 삼는 것("왜 안 치웠어" 대신 "너는 원래 그래"). 경멸 — 비웃음, 빈정거림, 눈 굴리기처럼 상대를 낮추는 표현. 방어 —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즉시 반격하거나 변명하는 것. 담쌓기 — 대화 중에 아예 반응을 끊어 버리는 것.

다섯 가지 스타일 중 무엇을 쓰든, 이 네 가지가 섞이면 대화는 해결로 가지 못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회피형이든 경쟁형이든 이것들만 피해도 갈등의 질은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로 써 볼 수 있는 문장들

  • 시작할 때 — "너는 왜"보다 "나는 ~할 때 ~하게 느껴져"
  • 물러서야 할 때 — 침묵 대신 "지금은 감정이 올라와서 어려워. 30분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
  • 상대가 말할 때 — 반박을 준비하는 대신 "그러니까 네 말은 ~라는 거지?"로 확인하기
  • 끝맺을 때 — 승패를 정하지 않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남은 건 다음에 보자"

특히 두 번째가 담쌓기와 다른 이유는 돌아올 시점을 말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러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채로 남겨지는 쪽이 관계를 상하게 합니다.

'좋은 스타일'은 따로 없다

흔히 협력형이 정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황에 맞는 스타일을 골라 쓰는 유연함이 핵심입니다. 사소한 일에 매번 협력형으로 깊이 파고들면 지치고, 중요한 문제를 늘 회피형으로 덮으면 관계가 무너집니다. 자신이 어떤 스타일에 치우쳐 있는지 아는 것이, 다른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같은 사람도 자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기 스타일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다른 스타일을 씁니다.

직장에서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 가족 앞에서는 늘 순응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위계가 있는 자리에서는 회피하다가 동등한 관계에서는 경쟁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회피형이다"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회피하게 되는가" 가 훨씬 유용한 질문입니다. 대개 답은 몇 가지로 좁혀집니다 — 관계가 끊길까 두려울 때, 이겨도 얻을 게 없다고 느낄 때, 감정이 감당할 수 없이 올라올 때.

위계가 있는 자리에서

직장처럼 힘의 차이가 분명한 자리에서는 스타일 선택의 폭이 애초에 좁습니다. 아랫사람이 경쟁형을 쓰는 것과 윗사람이 쓰는 것은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이런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 입장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말하기 — "그건 안 됩니다"보다 "그 방식으로 가면 일정이 이렇게 밀립니다"가 통과될 확률이 높습니다.
  • 선택지를 두 개 이상 가져가기 — 반대만 하면 방해로 읽히지만, 대안을 함께 두면 협력으로 읽힙니다.
  • 기록으로 남기기 — 말로만 오간 합의는 나중에 각자 다르게 기억합니다. 짧은 확인 메시지 하나가 다음 갈등을 예방합니다.
  • 감정은 분리해서 다루기 — 부당하다는 감정이 정당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함께 꺼내면 논점이 감정 문제로 옮겨 갑니다.

갈등이 없는 관계가 좋은 관계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뒤집어 볼 지점이 있습니다. 갈등이 적은 것을 관계가 건강하다는 신호로 읽기 쉬운데,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쪽이 계속 맞춰 주고 있거나, 두 사람 다 중요한 이야기를 피하고 있거나, 아예 기대를 접은 상태에서도 갈등은 사라집니다. 겉으로 조용한 관계와 실제로 조율이 잘 되는 관계는 다릅니다.

가늠해 볼 수 있는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 뒤에도 관계가 그대로일 것이라고 믿는가. 그 믿음이 있는 관계에서는 갈등이 생겨도 크게 위험하지 않고, 그 믿음이 없는 관계에서는 갈등이 없어도 이미 거리가 벌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갈등 대응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갈등 대응 스타일 테스트를 해 보세요. 가까운 관계에서 거리를 조절하는 방식이 궁금하다면 친밀감 거리감 스타일도 함께 보면 도움이 됩니다.

관련 테스트 해보기